* 카일로레이



레이의 목에 그어진 선을 볼 수 있게 된 카일로가 보고싶다 레이 본인도 볼 수 없는데 카일로에게만 보이는 선인 것으로 그냥 목에 검은 줄이 그어져 있는데 그게 뭔지는 알 수 없으나 볼 때마다 신경이 쓰이는 종류의 것이었다 


한번은 손에 그 목을 움켜쥐게 된 날이 있었는데 손끝이 정확하게 그 선에 감겼던 순간에 완벽하게 레이의 목숨을 빼앗을 수 있다는 어떤 확신이 찾아왔고 그 후로 카일로는 그 포스에게 선택받은 소녀를 죽이는 방법에 집착하게 되고 마는데 사실은 그 선이 아니면 어떤 상처도 레이를 죽일 수 없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레이를 상처입히지 않는 채로 기다리는 카일로이다 오로지 노리는 것은 한 순간 무방비한 목의 선을 따라 그의 검을 가로지를 한 시점뿐이었을 것으로 


물론 그는 레이의 라이트세이버에 양 팔이 잘린 채로 무릎 꿇려 레이의 차가운 시선과 검고 똑바른 선을 올려다볼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될 것이다 레이야말로 카일로의 온 몸에 그어진 수많은 검은 선을 보고 있다는 것은 알지 못한 채였다 차갑게 식은 눈으로 카일로 보는 레이가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이의 본심이란 것은 그의 얼굴의 상처도 레이가 잘라낸 양 팔도 그의 온 몸에 그어진 선들을 어떻게든 피해 너무 쉽게 죽는 이 불안한 남자를 숨쉬게 하는 데에 있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순간에 들여다보게 된 레이의 눈동자 안에 이미 조각난 것처럼 검은 선들로 난도질당한 자신이 비춰지고 있었음을 깨달은 카일로는 미칠 정도로 죽고 싶겠지만 이미 레이에게 양 팔을 잘린 후라 이젠 스스로 죽을 수 없게 된다..


카일로가 자기를 끌어안을 수 없게 된 후에야 용기내서 카일로의 두터운 몸을 제 팔 안에 안아보는 레이도 좋다 그녀의 동물적 본능이란 아주 미세한 위험에조차 바짝 긴장하여 잠들 수 없을 정도로 단련되어 있었던 탓에 카일로가 레이를 죽일 수 없음은 이미 카일로의 온 몸이 멀쩡하던 시기부터 당연한 일이었건만 카일로가 그녀의 유일한 선 하나.. 다른 모든 존재들에겐 너무 많지만 레이에게는 오직 한개밖에 존재하지 않는 그 선을 들켰다는 이유만으로 카일로는 이미 그녀에겐 위협이 되고 말았고.. 그럼에도 카일로의 선을 피해 양 팔을 베어내자마자 레이는 카일로의 남아있던 창백한 피부 위로 검은 선들이 뱀처럼 혹은 거미줄처럼 새겨지듯 더욱 깊고 넓게 퍼져 그녀가 만든 상처들에 닿기 직전까지 커지는 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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