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헉스카일로?

* 절대 둘이 동시에 죽진 못할 커플의 죽음에 대하여

* 생각나는 대로 적음

* (당연히)이어지지 않습니다





0.

우리는 오늘 부서져 사라질 모든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5.

살아있는 것 같군. 헉스는 유리병을 반대로 뒤집었다. 지탱할 데 없이 엉망으로 뒤집히며 방부제 용액 안을 구르던 안구는 조금 무거운 쪽을 아래로 하여 이내 느릿하게 아래로 쳐지고 만다. 뚜껑을 열자 지독한 포르말린의 냄새가 풍겼다. 


렌, 내 마지막을 지켜보는 기분이 어떻소? 


그를 보지 못하는 검은 눈동자에서는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다. 

헉스는 그의 죽음을 천천히 들이켰다.




91.

헉스는 쓰러진 남자를 내려다보았다. 심장이 뚫린 모양새가 영 보기 흉했다. 구두 끝으로 핏기 없는 얼굴을 툭 치자 희미하게 벌어진 입술 사이로 색을 알아보기 힘든 검게 죽은 붉음이 느릿하게 흘러 그의 신발을 더럽혔다. 카일로의 얼굴은 지독할 정도로 평온해 보였다. 그 죽음조차도 오만하기 짝이 없었다. 이 우주에서 그의 죽음을 무참히 비웃어줄 사람이 자신뿐이란 사실이 그리 큰 만족을 주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헉스는 짧게 웃었다.




14.

헉스 장군이 죽었습니다.


카일로의 걸음이 멈췄다. 카일로에게 급보를 전하기 위해 파견된 부하는 혹시 저를 향해 라이트세이버의 흉폭한 날이 다가오지는 않을지 바짝 긴장했다. 카일로는 그 자리에 잠시 동안 멈춰서 벌벌 떨고 있는 남자를 보고 있었으나 그의 시선은 어딘지 모를 다른 곳을 향해 있는 것 같은 기색이었다. 마스크에 덮어씌워진 탓에 새어나오는 감정의 흔적을 전혀 읽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부하는 숨이 막힐 것 같은 착각을 경험한다. 카일로는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카일로는 몸을 돌려 그가 향하던 방향으로 다시 걸음을 옮겼다.




27.

난... 죽고 싶지 않소.


그건 장군이 결정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란 걸 알 텐데. 수프림 리더는 장군의 실패를 용납하지 않으시니.


카일로는 그의 라이트세이버를 높게 들었다. 불꽃처럼 일렁이는 붉은 섬광 아래에서 헉스의 창백한 피부는 원래의 색으로 보이지 않는다. 카일로는 그 모든 실패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죽음을 전면으로 부인할 수 있는 헉스의 정신에는 아주 조금, 경의를 표할 만 하지 않을까 하는 상념을 잠시 떠올렸으나 그의 처형을 단 한 순간도 망설이지는 않았다.




102.

항상 단정하게 정리되어 있던 옅은 색의 머리카락이 엉망으로 흐트러져 있는 젊은 장군의 모습은 제 나이보다 더 어리게 보였다. 무언가에 얻어맞아 터진 것 같은 입술이 비뚤어진 곡선을 그렸다. 그의 손에 잡힌 카일로 렌의 라이트세이버는 그의 피부를 뚫고 뼈를 녹일 것처럼 뜨겁다. 아버지의 목숨을 집어삼킨 붉은 검은 이제 그 아버지의 아들이자 제 주인의 생마저도 끊어놓게 될 것이다. 현실적이지 못한 미학은 언제나 헉스의 정신을 깊은 데서부터 자극하는 구석이 있었다. 카일로는 그의 가슴팍에 겨눠진 그의 검과, 그 검을 쥐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개하기 짝이 없는 우민의 자기만족을 그의 일이 아닌 것처럼 감상한다. 


헉스는 카일로 렌에게 남길 말을 묻지 않고 검을 휘둘렀다.

남자가 무엇을 말하든, 그의 기억에 영원히 남아 달라붙을 게 분명한 탓이었다.




???.

헉스는 그를 차가운 시선으로 보고 있는 어린 제다이 나이트에게 물었다.


그를 죽인 건 너였나?


소녀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헉스는 그 표정에서 그가 원하던 답을 읽을 수 있었다. 

적어도 원하던 애도는 실컷 받았겠군. 정도가 그의 냉소적인 감상의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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