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 시리즈에서의 마스터<<<<<어프렌티스의 관계.. 넘나 공식인것.. 짝사랑하는 어프렌티스 너무 좋아합니다 꼭 연애감정이 아니더라도 의지할 데가 마스터뿐인 그런...
제목은 n0thing but thieves의 hanging으로부터
소년에게 어둠은 안식처와 같았다. 모두가 잠든 밤이 되면, 그는 몰래 자리에서 일어나 어떤 희미한 별빛도 닿지 않는 곳을 찾아 걸음을 옮겼다. 또래의 아이들이 함께 잠든 방 안에서 울리는 숨소리와 희미하게 느껴지는 타인의 포스는 예민하게 날이 선 그의 오감을 잠들 수 없을 정도로 찔러 왔던 탓이다. 뽑을 수 없을 정도로 작은 가시들이 그의 피부를, 폐 안을, 머릿속을 파고드는 감각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한 지도 오래되었다. 그가 포스를 만난, 아니, 정확하게는 포스가 그를 찾아왔던 순간 이후로 소년은 언제 마지막으로 편안한 잠을 잤는지를 기억하지 못했다. 발소리를 죽이고 차갑게 식은 복도를 가로질러, 언제나 열려 있는 큰 창문을 뛰어넘자 차갑게 식은 밤의 공기가 그를 맞이했다. 달이 밝은 밤이었다. 소년은 고개를 숙인 채, 나무들이 만드는 그늘 사이에 스스로의 인영을 숨겼다.
어프렌티스들 중에서도 유달리 배우는 속도가 빠른 소년의 발걸음은 젖은 풀숲을 가로지르면서도 야생동물 만큼의 소리조차 새어나오지 않는다. 제다이는 사실 기척을 죽이는 법을 배우지 않는다. 그것은 '너무 어두운' 방식이다. 소년이 배운 것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스스로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법이다. 그의 스승은 잔물결 하나 없이 잔잔한 호수 같은 눈을 가졌다. 소년은 때로는 그 고요함이, 단단하게 얼어붙어 있기 때문이 아닌지를 의심한다. 부모가 그를 스승에게 보낸 것도, 소년을 좀먹는 이 불길을 식힐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였을 것이다. 숲의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달빛은 희미해지고, 짙어지는 어둠 속에서 시력이 점차 무의미한 것이 되어 가고 있었다.
소년은 이제 눈을 감은 채로 걷는다.
예전에 부딪힌 적 없던 나뭇가지에 머리 끝이 닿았다. 아. 소년은 아주 갑작스럽게, 라이트세이버로 그에게 닿는 모든 것들을 베어버리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그러나 그의 라이트세이버는 그가 잠든 적 없는 침대 곁에 푸른 색을 감춘 채 놓여 있었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이 계속되어도 소년은 빠르게 자라고 있었다. 키가 자랄수록, 그의 팔다리가 길어질수록, 어린 태를 감추지 못했던 얼굴에서 살이 내리고 뼈가 도드라질수록, 그의 목소리가 점점 더 낮고 굵어질수록 소년은 스스로를 견딜 수 없는 자신을 자각한다. 아무렇게나 자른 검은 머리 사이로 스승이 매어 준 브레이드만이 꼬리처럼 길게 자라 있었다.
언젠가 제 손으로 잡아뜯은 브레이드를 들고 있던 아이를 보며 스승은 무릎을 굽혀 그 작은 흉터조각을 받아들어 제 주머니에 넣고, 아무 말 없이 반대쪽의 긴 검은 머리를 몇 가닥 잡아 천천히 매듭을 지어 주었다. 귓가를 간지럽히는 손, 타인의 체온, 어느 부분에서 그와 피와 섞인 스승의 이름은 스카이워커다. 그의 어머니의 이름이었고, 소년이 갖지 못한 이름이었다. 그러나 소년의 이름은 스승이 가장 아꼈던 사람들의 것이다. 소년은 스승이 다시 매어 준 브레이드를 천천히 제 손으로 덧그렸다. 무엇 하나 스스로의 손으로 얻은 것이 없었다. 그가 가진 애정의 손길은 모두 타인이 준 것들에서 기원한다. 소년이 스스로 만들어낸 것은 제 안에 억지로 감춘, 이름 없는 심연뿐이다.
소년이 걸음을 멈춘 곳은 정적이 공간을 사로잡은 장소였다. 짙은 수목들이 겹겹이 서로를 덮어씌우며 자라 그 가운데에는 바람도 닿지 않고, 빛도 파고들어오지 못해 그 안의 나무들이 모두 말라 죽어 메마른 가지밖에 남지 않은 공간이다. 지독할 정도로 생명력이 넘치는 숲에서 만들어진 이 모순적인 행태가 스스로를 닮아 있었다. 소년은 눈을 깜박였다. 어둠에 익숙해진 눈이 희미한 경계선들을 구분한다. 아무것도 소년에게 다가오지 않는 곳이었다. 스스로의 포스조차도 멀찍히 떨어진 채 그를 관조하는 감각 사이에서 소년의 의식은 드디어 안식을 찾는다.
소년은 그곳에서 그의 스승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의 스승은 가장 깊은 어둠에서 태어나 우주의 빛이 된 사람이었다.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존재였다. 마스터. 처음으로 스승을 그렇게 부를 수 있게 된 순간에 느낀 경외감은 스스로의 덧칠로 빛이 바랬으나 그뿐이었다. 스승은 변하지 않는다. 그 누구도 구원할 수 없을 거라 여겼던 어둠조차 구원한 남자였다. 소년의 부모가 제 아들을 위해 선택한 마지막 장소가 그의 곁인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그렇지만 마스터, 당신은 변하지 않겠죠. 그 어떤 고통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그랬듯이.
소년은 결국 참지 못하고 제 브레이드를 움켜쥐었다. 모든 것이 완벽할 수 있었는데. 어머니. 아버지. 그의 스승. 그의 이름. 그의 혈통. 그의 능력. 그의 포스. 모든 것을 망친 것은 결국 제 자신의 불안이다. 어디서 기원했는지조차 모를 소년 스스로의 어둠이다. 끓는 용암처럼 숨막히게 뜨거운, 그를 고통스럽게 집어삼키는 불꽃이다. 어느 새인가 그의 포스가 다가와 속삭였다. 망가질 것이 많구나. 나는 네가 무엇을 하든 네 곁에 있다. 포스는 조각날 것처럼 연약한 그의 정신 사이로 파고들어 자리잡는다.
포스가 네 곁에 함께하기를.
어머니가 떠나던 제 아들에게 건넨 인사였다. 소년은 불현듯 그를 사로잡은 불안의 기원 중 하나의 실마리를 붙잡는다. 그건 작별인사였다. 그는 어머니를 다시 만나지 못할 것이다. 아니, 정확히는 그녀의 아들로서 그를 다시 만나게 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소년은 그 순간 스스로가 제다이가 되지 못할 거라는 막연한 예감을 느꼈다. 포스의 예지임을 확실시하기엔 소년은 스스로의 능력이 아직 유약하다고 생각했으나, 지금 느껴지는 이 지독한 상실감은 차라리 규명되지 않는 것이 나았다. 견딜 수 없는 혼란이 다시 소년을 찾아왔다. 무언가 흔들리지 않는 것이 필요했다. 마스터. 소년은 무릎을 꿇고 그가 아는 가장 고요한 존재를 불렀으나, 스스로의 심연에 빠진 채 불타 죽어가는 의식은 하릴없이 그 죽은 공간 안에서 맴돌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