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타츠? 타츠사이?
타츠마키랑 사이타마센세가 결혼하면 좋겟어서..<-
원펀맨 미래날조입니다..
희미하게 제노사이제노를 의도해보았으나 전혀 없는거같은()
제노<-사이같은 느낌이 좀 있습니다
1.
가장 처음에는, 절대적인 강함과 고독은 같은 의미를 지닌 말이 아니었을 터였다. 그러나 지금에 이르러서는 스스로가 강했기 때문에 고독해진 것인지, 아니면 외로웠기 때문에 강해진 것인지조차 분간할 수 없게 되어버리고 말았다. 결국 제 손을 놓고 나간 아름다운 여동생은 저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채로 환하게 웃고 있었다. 언니, 나 행복해. 타츠마키는 느릿하기 짝이 없는 움직임으로, 아주 천천히 그녀의 밑에 벌레들처럼 굳은 괴인들의 몸을 그녀의 능력으로 짓누르기 시작한다. 이 사람들이 나를 외롭지 않게 해 줘. 살점이 패이고 골격이 조각나는 끔찍한 소리들은 비명과 뒤섞인 불협화음이 되어 그녀의 예민한 청각을 괴롭혔다.
혼자서도 너무 강한 언니는,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타츠마키는 손바닥을 아무렇게나 휘둘렀다. 소리의 속도를 뛰어넘는 짧은 순간에 그녀 주변의 모든 것이 단번에 소멸한다. 남은 것은 마른 재와 먼지, 그리고 침묵이다.
그녀의 세계를 부수는 단말마는 그 정도의 고요함이었다.
2.
모든 게 선생님 덕분입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작별도 20문자 내로의 요약이었다. 끝까지 고지식하구나. 사이타마는 몇 번이고 펼쳐 본 탓에 너덜너덜해지기 시작한 편지지를 이미 잡힌 주름을 피해 단정하게 접어 봉투에 넣었다. 어제 먹은 식사와 신문, 그 외 잡동사니로 정신이 산만해지는 테이블 위에 놓아두니 분위기에 섞여 그 거북한 무게감도 조금 희석이 되는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기분 탓일 것이다.
반쯤 열어둔 창문으로 서늘한 바람이 훅 끼쳐왔다. 정확히 한 사람만큼의 빈자리에 차가움이 들어찼다. 언제나 그렇듯, 익숙해질 것이다. 그저 이런 고요함이 오랜만의 감각으로, 마음의 준비를 할 필요가 있을 거라곤 생각조차 하지 못한 스스로의 안일함만이 유일하게 비난할 수 있는 대상이 될지도 몰랐다.
뉴스에서는 오늘도 곳곳에서 출몰한 다양한 괴인들의 횡포를 자극적으로 보도한다. 사이타마가 알고 있는 히어로, 알지 못하는 히어로들이 그에 따라 광고처럼 화려하게 번쩍대다 또 사그라들었다. 잔뜩 흥분한 어린 남자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영 귀에 거슬렸다. 시끄럽잖아, 어린 놈이. 그리고 사이타마가 미친 사이보그를 쓰러뜨린 후에도 세상은 여전히 평화롭지 못하다.
제노스가 완전히 소멸당하기 직전, 사이타마는 언제나처럼 고민하지 않았다. 그 후의 피해도, 듣게 될 원망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평소와 다름없이 그 외에는 아무도 쓰러뜨릴 수 없는 괴인을 그의 손으로 파괴할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제노스의 '배제'는 사이타마의 힘에 비하면 사실 다분히 상대에게 예의를 차려 주는 것이었다. 사이타마에겐 아무런 감흥도 남지 않는 파괴였고, 제노스에게는, 그토록 복수를 위한 증오로 불탔던, 열 다섯의 어딘가에 제 마음을 고정한 그 인간적인 사이보그에게는.
반쯤 부서진 제노스의 얼굴이 짓던 미소는 기계보다도 더 무기질적이었다.
역시 선생님이십니다. 저로는 안 되는군요.
취미로 하는 히어로. 그의 진심이 담긴 주먹과, 그의 취미가 지닌 진실성. 사이타마는 그런 것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았다. 그저 제노스가 떠난 날 밤, 잠들기 위해 누운 채로 아주 잠시 생각했을 뿐이다. 적어도 그 순간 제노스를 살리고 싶었다는 것만은 진실이었다고. 닿든, 닿지 않든 사이타마는 그 사실에는 상처받지 않았다. 수많은 사람들의 셀 수 없는 몰이해와 부정에 그가 단 한번도 고개 숙인 적 없던 것처럼.
그저 사이타마는 아주 단순하게 그에게 찾아든 사실들만을 천천히 깨닫는다. 제 유일한 인생의 목표마저 빼앗긴 채 그의 전 제자는 이제 스승을 제 손으로 배제한 채 떠났고, 사이타마는 스스로가 벌써 단순하고 지루한 혼자만의 일상에 침잠되고 있음을 느낀다.
잊고 있었던 건조함이, 그의 정신에 다시 한번 자리잡는다.
3.
급한 일이라고 해서 와 봤더니, 또 이런 식이다. 사이타마는 짧게 한숨을 쉬었다.
그의 말도 안되는 힘이 알려지고, 그의 순위가 S급에서도 이제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는 곳에 이르게 된 후로 협회는 좀 불안하다 싶은 위험한 일이 생기면 다른 히어로들은 제쳐두고 무조건 사이타마를 호출하게 되었다. 예를 들면 몇 번의 용급. 또는 아주 드문 신급. S급이 모두 모이는 회의는 이제 사실 거의 유명무실한 것이 되어 있었다. 어차피 그 혼자서도 충분하지 않아? 협회의 태도는 뻔뻔할 정도로 나태하고 안일하다. 사이타마는 그의 능력의 소모에 있어 어떤 피곤함도 느끼지 않았지만, 점점 심해져 가는 어떤 불균형적인 감각에는 불편함을 느꼈다.
그러니까, 히어로라는 건.
"나는 안 해."
사이타마의 의식의 흐름을 끊은 것은 낭랑한 소녀의 하이톤이었다. 아니, 실제로는 그보다 연상이지만. 큰 회의용 의자의 반도 채우지 못한 가냘픈 몸에는 짜증이 가득 배어 있었다. 평소의 신경질적인 낭랑함과는 좀 다른, 뭐랄까 좀 더 노골적인.. 사이타마는 적당한 단어를 찾기 위해 고심했다. 타츠마키의 초능력이, 테이블 위를 가득 채운 데이터 화면들에 간섭하며 어지러운 노이즈를 만들어내가 이내 퓨즈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대부분의 스크린이 검게 죽어버렸다. 웅성대는 당혹스런 소음들 사이에서, 작은 여자의 존재감은 날이 선 것처럼 매서웠다. 사이타마는 그녀의 녹색 눈동자를 보며, 그제서야 알맞은 표현을 떠올린다.
경멸이었다.
"그, 그렇지만 타츠마키 님! 이번 사태는 용 급 괴인이 다량으로 출몰해서.."
"하, 언제부터 S급 히어로가 둘 뿐이었는지 모르겠네."
타츠마키는 더 이상 말할 것도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이타마는 그 때까지도 테이블에 한쪽 팔을 대고 턱을 괸 채 사태를 관망하고 있었다. 어떻게 할까. 사실 그녀가 없더라도 괴인 처리엔 문제가 없었다. 단지 타츠마키의 초능력이 있으면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S급 1, 2위인 두 사람이 무슨 큰일만 났다 하면 세트처럼 불려 온 게 벌써 몇 번째였다. 대중도 이제는 슬쩍 나타나 주먹 한 방에 괴인을 쓰러뜨리고 사라지는 말도 안되는 히어로에게 익숙해진 지 오래다.
사이타마는 그 사실에 어떤 감흥도 느끼지 않았다.
"사이타마!"
그렇지만 갑작스레 불린 제 이름엔 깜짝 놀랐고, 고개를 들자 제 쪽으로 작은 손가락을 쭉 뻗은 채 서 있는 타츠마키가 보였다. 아직 안 갔어? 멍청하기 짝이 없는 질문에 타츠마키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손가락을 까딱인다. 아, 대파업 쇼에는 나도 동참인가. 사이타마는 경악과 간절함에 찬 협회인들에겐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마침 좋은 핑계도 있었다.
"미안, 오늘 마트 세일이라."
현 세계 최강의 두 히어로는 그렇게 도시의 위기를 뒤로 하고 잠시 파업에 돌입했다.
4.
"너 머리 매끈하네."
"..이 꼬맹이가."
누가 꼬마야! 사이타마의 머리를 쓰다듬던 타츠마키의 작은 손바닥이 미끈한 뒤통수에 작게 붉은 자국을 새겼다. 아야, 진심으로 염력 담아서 쳤어, 이 여자. 사이타마는 얼얼한 머리 뒤를 슬슬 쓰다듬으며 제 주위를 둥실둥실 떠다니는 녹색의 에스퍼에게 시선을 두었다.
"정말 다시 안 가도 돼?"
"다 죽을 테면 죽으라지. S급 순위가 아까워."
"진심 아니잖아."
"너, 진짜 열받는다."
말과는 다르게 타츠마키의 목소리는 평소의 신경질이 없는 채로, 패악스러움이 사라진 그녀의 태도는 유약해 보이기까지 했다. 몇 번의 임무를 같이 하는 동안 그리 많은 대화를 나누진 않았어도, 사이타마와 타츠마키는 본능적으로 서로가 가진 어떤 결핍을 이해하고 있었다. 강한 것은 고독하고. 사람들은 그 강함이 외로움으로 손상되지 않는다고 믿는다. 실제로 사이타마와 타츠마키 둘 다, 그들이 갖는 그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어떤 공허가 스스로의 힘을 파괴하지 못함을 알고 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 제자, 떠났다며."
"응."
생의 감각이 무뎌지는 것은, 익숙해지지 않는 고통인 것이다. 음, 역시. 사이타마는 무심하게 중얼거린다.
"협회 탈퇴할까."
"진심 아니면서."
"휴가도 보장 안해주고, 별로 좋지 않아. 프리랜서 시절엔 쉬고 싶을 땐 쉬었다고."
사이타마의 투덜거림에 타츠마키는 흐응, 그건 그래.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물론 그와 그녀 둘 다 어쩌다 생긴 휴일에는 자발적으로 도시에 출몰한 괴인들을 찾아 헤매는 말도 안 되는 휴식을 보내고 있긴 했지만. 히어로의 천성 같은 것이다. 애초에 그런 방법 외에는, 그런 행동 외에는 제대로 알고 있는 게 없는 탓도 있을 터였다. 남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강함의 소모는 그렇게 이루어지고, 타츠마키도, 사이타마도 스스로의 행위에 그 어떤 희생적 가치도 부여하지 않는다. 그것은 희생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해해줄 거라 믿었던 단 한 사람이 있었건만.
사이타마는 손을 뻗어 제 주위를 맴돌던 타츠마키의 손을 잡았다. 붉은 장갑을 벗은 그의 손에 저항 없이 잡혀온 흰 손은 작고, 부드럽다. 아무리 괴인을 쓰러뜨리느라 주먹을 날려도 굳은 살조차 생기지 않는 제 손도 매끈한 편이었지만, 확실히 그의 손과는 차이가 있는 손이었다. 타츠마키는 흐응, 하고 미소를 짓더니 제 손가락을 펼쳐 사이타마의 손과 깍지를 끼었다.
"생각해 봤는데 말야, 두 가지 선택지가 있어."
"말해 봐. 이상한 거면 우주로 날려버릴 거야."
"첫 번째는 히어로 때려치는 거."
"기각. 두 번째는?"
"네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거."
시선이 마주쳤다. 타츠마키의 녹색 눈이, 사이타마의 의중을 알기 힘든 검은 눈동자를 빤히 바라본다. 타츠마키의 입꼬리에 느릿한 미소가 떠올랐다. 말해 봐. 장난기가 서린 어조는 가볍고, 덩달아 사이타마의 기분도 가벼워진다. -우리, 결혼할래? 사이타마의 목소리는 단조롭고, 맥이 풀린 것처럼 끝이 조금 늘어졌다. 타츠마키는 흥, 하고 고개를 돌렸지만 사이타마의 잡은 손을 풀지는 않았다. 그렇다. 이렇게밖에 될 수 없었던 것이다. 애초에 서로 외에는, 그 강함도, 그 고독도 죽을 때까지 이해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을 테니. 곁에 두고 싶었던 단 한 사람이 아니라면, 적어도 서로밖에 볼 수 없는 상처 정도는 핥아 주는 게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닐 것이다.
"히어로 둘이니까 결혼 휴가 쓰면 두배로 주려나?"
"안 주면 협회 날려버릴 거니까."
"그럼 첫번째 선택지랑 다를 게 없는데."
타츠마키는 흠, 하고 고개를 갸웃대다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 빠르게 사이타마를 잡아 끌었다. -이럴 때가 아냐! 후부키에게 입힐 들러리 드레스를 보러 가야 해! 타츠마키의 염력에 붙잡혀 말도 안 되는 속도로 날아가며, 사이타마는 가벼운 마음으로 생각했다. 제노스에게 청첩장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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