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어딘가에서 보셨다면 제글이 맞습니다 ㅇㅇ


지도몰랐다가 같은우성알파님인 해리하트님 도움으로

자기 우성알파형질 깨워가는 에그시가 보고싶어서쓰기시작함

에그시해리인지 해리에그시인지 모르겟음.. 암쏘리벗시블







0.


현대배경에 abo dynamics만 끼얹어서 개취설정으로 순혈알파혈통일수록 귀족이고 힘 갖는게 당연한 시대면 좋겠다. 각 형질에서 우성은 우대받고 열성이 천대받는식이라고 해두자 우성형질들은 미모도 뛰어나고 머리 능력 재능 이런것도 다 타고나는 부익부 빈익빈 시대로 우성 알파들은 자기 피를 어떻게든 보존하려고 최고의 오메가를 만나고 열성 알파는 점점 도태되고.. 베타나 열성알파나 거의 비슷하니까 막 차별하는 건 아닌데 우성알파들이 가진 귀족혈통만 좀 다른 클래스에 있는 느낌으로, 겸사겸사 그 혈통 보존을 위한 최고의 우성 오메가들이 자기들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사실 그 사람들만 아니면 정말 별다를게 없는 현대AU


킹스맨은 전통적으로 귀족가문의 우성알파들이 맡는 직업이면 좋겠다. 근데 목숨 걸고 일해야하다보니 우성알파인데 좀 팔려가는 느낌이거나 혈통은 좋은데 집안에 돈이 없거나 하는 종자들이 많으면 좋음. 아서같은 포지션은 총 책임자일 뿐 임무에 뛰어드는 것도 아니고 목숨이 보장되는 권력직이라 예외고, 실제 기사단을 구성하는 갤러해드나 랜슬롯, 퍼시벌 같은 포지션은 그 집안의 장자가 아니거나 집안에 어울리지 못하고 내놓은 자식들이 많으면 좋음. 아니면 성적 취향이 특이하다거나 우성 오메가와 결혼하기 싫었거나 여튼 조금 아웃사이더들의 집합이랄까.. 우성 알파로서의 고급진 취향과 오만한 자존심들을 갖고있다는 건 물론 동일하지만


퍼시벌은 오메가란 족속에게 좀 질려서 킹스맨 들어온거면 좋겠음 막 어린시절부터 넌 우리가문의 후계자고 그런데 막 자기 형질 하나만 믿고 돈많은 귀족집 자제들에게 달라붙어 페로몬 치대는 우성오메가란 단내나는 인간들이 너무 싫어서 난 차라리 독신으로살것ㅇㅇ 하면서 킹스맨 들어와서 거의 무성애자수준으로 고고하게 살거같은 그런캐릭터.. 랜슬롯은 정말 흔치않은 돌연변이로 태어난 서민집안의 우성알파인데 어떻게 해리 눈에 띄어서 오오 역시 나임 멋지게살것~~ 하고 킹스맨 들어와 수트 섹시하군 총은 더섹시하군 싸우는 나는 더욱멋지군 하면서 거의 나르시스트에 가까운ㅋㅋ 우성알파로서의 나 죤멋! 하는 캐릭터면 좋음 좀 극단적인 느낌이긴 한데.. 


해리는 멀린의 후계자같은 느낌으로 킹스맨 들어오면 좋겠다 능력은 너무 뛰어나고 알파로서의 위압감이나 갖고있는 기질적인 것도 대단한데 그게 좀 사교적인 면에서 좀 꺼려지는.. 그런게 있었음 같은 우성알파들도 아 얘는 너무 대단해서 좀 무섭; 이런 완벽한 캐릭터랄까.. 그래서 킹스맨 들어오면서도 자긴 당연히 여기 들어올거고 내가 가진 능력을 세상 구하는데 쓰는데 주저하는 건 아니고 그게 본인의 자존감 같은데에 적절히 맞는달까.. 딱히 세상이 알아주길 바라는 구차함 같은것도 없고 자기 혈통을 보존하겠다 이런 생각 이전에 이미 자기 자신의 우월함??ㅋㅋㅋㅋ 같은거에 되게 만족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자유로운.. 되게 모순적인 우성알파임ㅋ.ㅋ 그래서 실제 연애나 이런거에 있어서도 상대 형질에 별로 구애받지 않고 알파든 베타든 오메가든 가리지 않으나 대신에 자기앞에서 보여주는 매너나 기질적인 품위 이런걸 중시했을거같음.. 



아 쓸모없는얘기가 길어진다 zip



1.


여튼 리 언윈은 우성알파였는데 에그시네 엄마는 우성오메가가 아니었고 뭐 그런 이유로 귀족가문을 제대로 이을수없게된 리 언윈이 킹스맨에 들어간거였다고 하자 결혼을 대가로ㅇㅇ 에그시네 엄마는 베타or열성오메가였고 실제로 에그시가 태어났을때 예쁜 금발에 반짝반짝한 아이였지만 그 누구도 이 애가 알파일거라곤 생각 안했음 좋겠음 운동신경 엄청 좋고 머리 좋았떤 아이였을 시기에 담임이 얘가 꽤 쎈 알파가 아닐까?? 하고 의심은 했지만 얘 형질이 깨어나기도 전에 엄마가 딘이랑 만나면서 가족사가 꼬이고 에그시 인생도 망하고..


그래서 에그시는 진짜 낮은확률로 아버지의 혈통을 물려받은 고급우성알파인데 자기 형질을 제대로 깨우지도 못한 채로 재능과 미모를 길바닥에서 낭비하며 살고있었음. 사춘기 지나면서 2차성징때 발산된 페로몬은 확실히 알파냄새였으니까 알파긴 알파인가부다 근데 열성인듯ㅋ 하면서 주변의 보통사람들과 날라리같이 살고.. 같은 우성알파나 우성오메가가 에그시를 봤다면 그 젊은 청년이 발정기마다 뿜어내는 페로몬 같은게 제대로 다듬어지거나 표현은 못될망정 보통이 아니란걸 알았겠지만 그런 사람들은 길거리가 아닌 성과 거대저택 60층 팰리스에 살고있기때문에ㅋㅋ 에그시는 침대에서 자기가 녹이는 수많은 남녀들과 베타오메가들이 자기 알파형질때문이라곤 생각을 못하고 내가 매력 개쩔어서ㅇㅇ 하고 대충 합리화하며 살았을듯


실제로 에그시가 딘 패거리한테 온갖 맞을짓거리를 다 하고 약도하고 개판치며 사는데도 불구하고 딘이 에그시의 기를 꺾을 수 없었던것도 적당한 알파패거리인 그놈들을 에그시가 본능적으로 아 이자식들은 나보다 아래ㅇㅇ 이런걸 느끼고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냥 맞아줄 뿐이지 그 양아치들이 보잘것없는 알파의 위압감같은걸로 누르려고 시도해도 에그시는 뭔 헛짓거리야? 하고 어이가 없었을 뿐이었음. 자기 아빠가 우성알파란걸 모르니까 에그시도 이런 징조들에 대해 전혀 모르고 살았을것.. 물론 해리하트를 만나기 전까지.




해리 하트를 보는 순간 에그시 언윈이 느낀 것은 본능적으로 솟구치는 적대감이었음. 동시에 수트를 몸에 감싼 알파가 이야기 속에서나 나오던 그 우성 알파라는것을 알았을듯. 모를 수가 없었던 게 해리가 숨쉬는 것처럼 몸에 감고 있는 우성알파 특유의 위압감(아주 우아하고 날카롭게 다듬어진)은 공격성을 띠고 있지 않았을 뿐 보통의 사람들을 아주 정중하고 공손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것이었음ㅋ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그시는 거기 눌리고 싶지 않은 어떤 자존심 건드리는 감각?? 같은걸 느꼈고 자기도 모르게 날을 세웠음. 


그리고 그걸 보고 해리는 자기가 의심해오던 사실을 확신했을거같음.. 리 언윈의 죽음 후 에그시의 삶을 추적하면서 얘가 어렸을 때 보이는 성과나 이런건 지 아비를 닮아 우성알파라고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것이었는데 2차 성징 이후로 보여준 자기파괴적이고 또 자기 인생 내던지고 사는듯한 태도에서 보면 과연 이게 우성알파의 자존감이 견딜 수 있는 삶인가.. 싶기도 해서 에그시의 형질에 대해 좀 반신반의 하고 있었다든가. 그치만 실제로 보는 순간 낡은 트레이닝복을 덮어쓰고도 반짝거리는 미모랑 아닌척하지만 의도적으로 알파의 위압감을 세워둔 제 앞에서도 전혀 주눅들지 않는 태도 같은걸 보았을 때 아 얘는 우성알파군. 하고 동족끼리 알아보는 그런 당연한 인지를 거쳤다는 그런것


그래서 둘의 텐션은 첫만남부터 미묘했음. 자기가 우성알파인걸 모르지만 우성알파에게 전혀 주눅들지 않는 에그시랑 상대가 우성알파인걸 알지만 아직까진 두고볼까, 하고 다른 열성알파들 같았으면 슬슬 기어다녔을 위압감을 두르고다니는 해리로. 펍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게 둘뿐이었던 것도 에그시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해리와 에그시가 함께 뿜어내고 있는 우성알파들의 위압감 같은게 슬금슬금 뒷목을 공격해서 낮에 적적했어도 사람 차는게 정상이었을 술집은 둘을 제외하곤 텅 비어있었음. 


물론 딘 부하들 패거리가 에그시를 공격하러 쳐들어왔을 땐 해리가 의도적으로 자기 가드를 내림. 왜냐하면 자기 앞에선 본능적으로 날을 세우던 에그시가 딱 그 패거리가 들어오는 순간 그 위압이랄까 체향같은에 열성알파 수준으로 확 떨어지는거임. 그걸 보고 해리는 꽤 기분이 상했음. 마치 진짜 엄청난 가치를 지닌 보석이나 최고급 동물.. 혹은 엄청 아름다운 미녀가 주변 쓰레기같은 뭔가 앞에서 난 저거랑 비슷한듯 하고 추욱 쳐지는 그런 걸 보는 기분이었던것. 동시에 이 고급 우성알파를 쓰레기같이 만들어버린 에그시의 주변 상황에 자기도 모르게 열받아서ㅋㅋ 사실 그냥 가려고 했는데 빡친김에 그 패거리를 다 두들겨패준거였음 조켓다


그리고 멍해져서 눈 반짝반짝하며 자기 보는 에그시 보곤 또 약간 심성 꼬여서 도청기 붙이고 굳이 얘가 지 아버지가 갖고있던 그 고고한 신뢰, 누구를 배신하는 더러운 짓을 할바엔 부러지고 말겠다는 그 혈통의 기질이 발현되었음까지 확인하고 나서야 에그시가 갖고있는 우성알파의 형질을 내가 다듬어줘야겠군. 하고 생각한 후에 딘에게 협박을 시전하면서 킹스맨 양복점으로 오라고 에그시에게 말햇음 좋겟다





2.


양복점의 문을 열고 들어간 에그시를 맞이한 것은 다리를 꼬고 앉아 저를 올려다보는 중년 남자의 모습이었음. 꼬인 채로도 바닥에 닿는 긴 다리와 편안해 보이는 자세에도 불구하고 주름 하나 잡히지 않은 수트, 저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흐트러지지 않은 머리모양과 그 손에 들린 크리스탈 글래스가 더해지자 그건 살아있다기보단 어떤 이미지의 조합같이 보였음. 우성 알파라는 족속은 원래 다 이런가, 에그시는 좀 불만스러운 느낌으로 자기도 모르게 생각함. 얻어맞다가빠져나와 눅눅하고 찬바람이 부는 밤거리를 헤치고 온 자기와 조금 비교되기도 하고. 특히 해리 하트라는 남자에게서 새어나오는 체향이 계속 제 신경을 거슬리게 했음. 주변의 알파라는 족속들이 뿜는 냄새는 싸구려 코롱의 인위적인 머스크같은 그런 류가 대부분이었기도 했고.


그렇게 깨끗하게 닦이지 않은 거울들 앞에 섰을 때 그러한 긴장감은 더욱 심해져 에그시를 짓눌렀음. 두 남자가 들어간 피팅룸은 숨소리마저 들릴 것처럼 비좁았고 에그시 언윈은 제 평생에 다른 사람(알파베타오메가를 모두 포함해서) 이렇게 가까이 있었을 때 불편함을 느낀 기억이 없었기에 이런 자기가 당혹스러웠음. 왜냐하면 에그시가 워낙 우성알파라서 다른 뭐랑 가까이 있어도 자기가 우위였는데 같은 우성이랑 있으니 당연히 텐션이 부딪힐수밖에ㅇㅇ 물론 에그시는 그런거 1도 모르니까 그냥 우성알파 앞에 있음 이렇게 불편한게 당연한가보다 하면서 온갖 생각을 다 하고있을거같음. 물론 그런 건 베이스로 깔고 이 남자가 자길 왜 불렀는지에 대해서가 메인이었겠지만.. 여튼 생각이 복잡했겠지


해리는 눈앞의 어린 청년이 꽤 흥미롭다고 생각했음. 해리에게 눌리지 않으려고 본능적으로 알파의 위압감을 세운 채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불편함에 대해 자기에게 날을 세우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잔뜩 주눅들어 꼬리를 내린 짐승들처럼 구는 것도 아닌 채로 얌전하고 정중한 데가 있달까. 그건 해리가 꽤 좋아하는 포인트였음 기질적인 정중함이랄까.. 에그시에게는 그런 게 있었음. 피가 증명하는 건지도 모르고, 혹은 알파니 오메가니 이런 걸 떠나서 그냥 에그시 언윈이란 남자가 가진 본질이 그럴 수도 있지. 어느 쪽이든 해리는 자기의 눈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했음. 특히 에그시가 마이 페어 레이디를 언급했을 때는 더더욱 그랬음. 


제가 뭘 가진지도 모르는 이 어린애가 자기 형질을 깨우고 우성 알파로 완벽하게 각성해서 그 위압감과 체향을 우아하게 두른 채로 수트를 입고 서 있을 모습을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꽤 만족스러울 정도로. 해리 하트는 우성알파였고, 우성 알파는 자신이 옳다는 걸 증명하길 좋아하는 인종이었음. 제가 잃을 게 뭐가 있겠어요? 그렇게 말하는 어조에 배어있는 상처받은 자존감과 포기한 듯한 태도마저도 좋은 에피타이저가 될 것만 같았다는 것이다.. adapt, then transform. 해리는 그 두 단어가 에그시에게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며 거울에 손을 가져다댐. 




엄청난 속도로 이동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셔틀 안은 약간의 소음을 제외하곤 조용했고 또 아까의 피팅룸보다도 더 비좁았음. 그 탓인지 혹은 아닌지 모르겠지만 에그시는 다리가 닿을 것처럼 가까이 마주않은 해리의 알파 체향이 훨씬 더 강해졌다고 느낌. 


해리 하트에게선 진하게 탄 티에서 느껴지는(설탕과 우유를 물론 넣지 않은), 스모키&스파이시같은 향이 나면 좋겠음. 오리엔탈 우디 느낌. 단정하고 진중한데도 불구하고 사람을 녹진하게 풀어버릴 것 같은.. 뭔가랑 섞인다는 게 도저히 상상이 되질 않는 페로몬이었음 되게 고고한 느낌. 보통 알파들이 내뿜는 강렬하고 중독적인 머스크(알파들에겐 머스크가 젤 흔할거같음)랑은 다르게 어떻게 보면 알파같지 않을 정도로 독특한 데가 있었음. 브랜디를 넣은 홍차같은ㅋㅋ 느낌이면 좋겠다. 그런 게 막 자기 몸에 스며드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에그시는 자기도 모르게 몸을 움츠림. 기가 죽은 건 아니고 그냥 좀 어쩔 줄 모르겠는?ㅋㅋ 오메가처럼 노골적으로 달달하게 절 안아주세요~~ 이런식의 유혹이 절대 아니고 베타들이 갖는 담백하면서도 청량한 느낌도 아니고 심지어 상대는 우성 알파인데 막 이상하게 간질간질한 느낌이 드는 것


물론 해리하트는 의도적으로 제 페로몬의 벽을 내려둔 채였고 에그시가 슬슬 자기 텐션을 끌어올리는 걸 킹스맨 본부까지 가는 지루한 시간동안 재미있게 지켜보고 있었음. 동시에 자기방어기전인지 연약하기 그지없던 에그시의 알파 페로몬이 슬슬 발목을 휘감기 시작하는 것처럼 다가오는 것도 나쁘지 않았기 때문. 보통 우성알파들끼린 부딪히는 걸 피하겠지만 킹스맨 집단은 우성알파의 범벅, 그것도 제 자존심 빼면 시체들인 귀족나리들의 집단이다보니 누구 하나 제 알파로서의 위압을 내리고 다니는 자들이 없었음. 하여튼 웃기는 애들임. 여튼 어린 사자가 자기 발톱을 내세우는 것처럼 딴딴하게 긴장한 폼을 보고 있자니 귀엽기도 하고, 좀 삼촌 같은 마인드긴 한데 그런 것 치곤 페로몬으로 놀려먹고 있으니 해리가 빗치 맞음ㅇㅇ 결국 참다 못한 에그시가 한마디 함.


"우성 알파라는 족속은 다 당신 같나요?"


두루뭉실했지만 의도가 뻔히 보이는 질문이었음. 해리는 아주 잠깐 고민하다 모르는 척 하는 건 매너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대답했음. 물론 꽤 애매하게.


"대부분은 그렇지 않을까 싶군."

"하, 자기 페로몬으로 상대를 건드리는 게 말이에요?"


당신, 나를 짓누르고 있잖아요. 에그시는 안달이 난 것 같기도 하고 신경질이 난 것 같기도 한 태도로 내뱉듯이 받아쳤고, 해리는 약간 혀를 찼음. 역시 애는 애고, 젊은 알파들이란 참을성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지만. 그렇지만 에그시를 오해하게 두고 싶진 않았음. 더더욱이나 곧 있으면 저랑은 다르게 한참이나 자기애에 충만해 있을 어린 우성알파 무리(=킹스맨 후보들)를 만나게 될 텐데, 에그시 본인도 자기가 어떤 혈통을 타고났는지 정도는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해리는 의자에서 몸을 좀 내밀고 상체를 숙였음. 두 남자의 긴 다리가 좁은 공간 안에서 자연스럽게 엇갈리며 무릎이 맞닿았고, 에그시는 자기도 모르게 몸을 의자에 깊숙이 묻으며 뒤로 움츠렸음. 해리는 에그시에게서 날카롭게 배어나오는 알파의 향을 느낄 수 있었음. 에그시 언윈의 체향에는 독특하게도 장미향이 섞여 있었음. 향수의 탑노트처럼 아주 짧게 코끝을 스치고 지나가는 그런, 처음으로 닿는 순간에만 느낄 수 있는 정도의 순간적 향이었지만. 그리고 나서는 아주 특이하게도 재 같은, 불에 태운 꽃잎들을 연상시키는 페로몬이 있었는데, 페로몬이란 건 살아온 환경을 반영하기 때문에 아마 본인이 우성알파임을 자각하지 못한 데서 스며든 자학 같은 것들이 표출되는 것 같다고 해리는 생각했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그시의 향은 사그라드는 게 아니라, 닿는 순간 상대에게도 불을 붙일 것처럼 위험천만한 데가 있었음. 뜨거운 불길은 붉은 것보다 실은 흰색과 푸른색인 것처럼, 향에 이끌려 몸을 던졌다간 불타 죽을 것 같은 페로몬. 해리는 리 언윈의 알파향이 어땠는지를 기억하고 있는 남자였고, 그 향을 꽤 좋아해서 그와 가까이 지냈던 적도 있었으나 에그시와 그를 비교하고 싶진 않았음. 제 아버지와 전혀 닮지 않은 향이 더욱 더 그렇기도 했던 것으로. 허리를 숙인 탓에 에그시의 눈은 해리보다 좀 더 위쪽에 있었고, 눈을 살짝 치켜떠 의자에 몸을 묻은 채 저를 내려다보는 어린 우성알파와 시선을 마주한 채로 해리가 입을 열었음.


"짓누른다는 건,"


해리의 손이 천천히 움직여 에그시의 무릎을 잡았음. 긴 손가락들이 제 무릎을 감싸는 감각이 이상할 정도로 생생해서 에그시는 몸이 굳는 것을 느꼈음. -이런 거란다. 동시에 해리는 완벽하게 자신이 가진 우성 알파로서의 위압을 제어하고 있던 이성을 풀어버렸고, 서로 신체가 닿아 있는 부분을 기점으로 어지간한 알파도 몸을 일으키지 못하게 만들 정도의 압력이 에그시 언윈에게 쏟아졌음. 



정신을 차렸을 때 에그시는 자신이 해리 하트의 목을 움켜쥐고 있다는 걸 알았음. 단순히 움켜쥔 게 아니라 두 손으로 그를 죽일 것처럼 조르고 있었다는 것도. 어깨가 들썩일 정도로 숨을 몰아쉬고 있던 탓에 호흡이 쉽게 가라앉질 않았음. 초점이 돌아온 걸 눈치챘는지 해리는 에그시가 제 목을 조이게 둔 게 거짓말인 것처럼 양손으로 에그시의 손목을 잡아 강한 힘으로 그를 다시 반대편의 의자에 앉혔음. 에그시는 멍하니 의자에 주저앉혀진 채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애썼으나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알 수 없었음. 그의 몸은 경련이라도 한 듯 떨리고 있었고 마지막으로 기억나는 건 해리 하트의 엄청난 위압이 저를 덮치는, 자길 죽이려고 달려드는 맹수를 맞이한 것 같은 공포뿐이었음.


해리는 목이 졸렸던 탓인지 약간 기침을 하며 흐트러진 옷매를 다듬었음. 그는 조금 피곤해 보였고, 에그시는 잘 굴러가지 않는 머리로도 양복점에서 만날 때부터 해리에게서 새어나오던 알파 페로몬이 사라졌음을 느낌. 사라졌다기 보단 해리 스스로가 일부러 풀고 다니던 걸 완벽하게 갈무리한 것에 가까웠지만 어쨌든.. 새빨갛게 충혈되어 있는 에그시를 보며 해리가 기침을 몇 번 더 하곤 입을 열었음. 성대가 졸렸던 탓에 목소리가 조금 갈라진 채로.


"우성 알파로서의 첫 발현을 축하한다, 에그시."


에그시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해석하기도 전에, 셔틀이 멈추고 문이 열렸음. 해리 하트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은 채로 먼저 셔틀에서 내렸고, 잠시 멍해져 있던 에그시는 그제서야 자기가 지금 몸에 두르고 있는 스스로의 위압이나 그걸 제어하는 감각이 무서울 정도로 달라졌다는 걸 알 수 있었음. 마치 항상 칼집을 씌운 채로 뭘 베다가 이제서야 칼집을 벗겨내고 날이 새파랗게 선 칼을 손에 잡았을 때 같은 그런 느낌. 거기에 대해 해리에게 질문하기도 전에 해리는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시계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음. 이런, 늦었군.





"그런 식으로 우성 알파를 발현시키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닐 텐데요, 갤러해드."


멀린은 또 셔틀에서의 감시카메라 영상을 본 게 틀림없었음. 멀린은 뭐든지 알고 있었으므로 해리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어서 편하다고는 생각했으나 잔소리는 듣기 싫었기 때문에 그냥 애꿏은 안경만 한번 치켜올렸음. 킹스맨 후보 등록을 위해 제출된 에그시 언윈의 이력서에는 우성 알파, 라는 형질이 해리 하트의 단정한 글씨로 적혀 있었고, 아까 에그시가 해리 하트의 억압에 대해 보여준 본능적 태도는 그 어린애가 갤러해드에게도 밀리지 않는 우성 알파임을 증명하는 자료가 될 것이었음. 혈통은 귀족이 아니었지만 그 정도의 알파라면 아서도 눈앞에 대고 뭐라고 궁시렁대진 못할 것이었으므로. 


"위험하지 않습니까, 그런 건." 


멀린이 덧붙였음. 해리는 짧게 한숨을 쉬었음. 


"내가 그런 꼬마 하나 누르지 못할 정도로 보였다니, 안타깝군. 멀린."


아뇨, 제 말은 그 꼬마가 위험했단 겁니다. 잘못하면 당신에게 짓눌려서 영원히 제 형질도 발현할 줄 모르는 불구 알파가 되었을지도 모르니까요. 멀린의 말에 해리는 한쪽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장난스럽다고 말하기엔 오만하기 짝이 없는 미소였다. 어디 가서 어린 애인이라도 데려왔다고 둘러댈 수 있지 않겠나. 해리의 말에 멀린은 고개를 저었다. 여전하시군요.


"그리고 다시 한번 말씀드리는데, 회의에 늦었습니다. 아서가 화가 나 있어요."

"그래, 알겠네." 


해리는 전혀 서두르지 않았다.





-



커플되려면 백년쯤걸리겟다


(15. 03. 19) 


네버블로그에서백업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도.. 2를 못썻다고한다

왕스맨2빨리개봉해주세요~~~~~~~




'ETC' 카테고리의 다른 글

Traumerei  (0) 2016.09.07
returned farewell  (0) 2016.04.23
not that kind of love  (0) 2016.04.23
looking for something dumb to do  (2) 2015.12.13
faker  (0) 2014.04.27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