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연말정산 (히익


원피스와 진격밖에 없...ㅋㅋㅋㅋㅋ 상반기 원피스 하반기 진격으로 확 갈리는군여

2013은 완전히 로우와 베르톨트에 올인했습니다 아직도 올인중이라는게 함정

원피스 관련글은 blog.naver.com/mere_hazard 에 있습니다.







January


야생의 감이라는 것은 아주 빠르게 죽는다. 인간은 아주 쉽게 적응하고 또 고통을 기억하면서는 살 수 없게 되어 있는 생물이었다. 살아남기 위해서 회피하고 망각하지 못하고 남은 정신의 상흔마저도 아주 쉽게 희미해진다. 몸에 남은 기억마저 사라지기 전에 짐승을 찾아 스스로 상처 위에 손톱자국을 덧대지 않으면 완전히 잃어버릴 것 같아서, 또 잊어버리게 될 것 같아서. 살아남기 위해 한계까지 세웠던 감각이 무뎌졌을 때 가슴팍에 꽂혀올 칼날의 날카로움마저도 느끼지 못하는 순간이 찾아오게 하지 않기 위해서.

 

사랑받고 있는 모양이지.

 

아.. 그런 것 같아. 

 

곤란해, 정말로. 웃는 얼굴에 앳된 티가 남아 있었다. 드레이크가 잘 저항하지 못하는 류의 감정이다. 그를 찾아오는 것이 언제든 디에스 드레이크의 배를 침몰시키고 그 얼굴을 상징적으로 가린 가면을 쥐어뜯어버릴 포악한 충동을 되살리기 위해서라는 걸 알면서도. 그 감각을 되찾기 전에 제 앞에서 뻔뻔하게 약한 데를 내보이며 물어뜯어달라고, 잡아먹어달라고 애원하는 덜 자란 짐승의 척추를 갈라내는 것은 쉬울 텐데도. 


-  Drake/Law, remind me





February


그 남자에게 하나쯤은 배워둔 게 있었지. 

 

로는 혼잣말에 가까운 나직한 목소리와 함께 키드의 품안에 그가 안고 있던 장미를 안겨주었다. 키드는 피가 통하는 쪽의 팔을 내밀고 있었다. 새빨갛게 타오르는 장미꽃잎을 움켜쥐는 남자의 하얀 손. 일그러지며 찢겨지고 공중으로 흩날리는 붉은 조각들. 검은 네일 폴리쉬 끝을 물들이는 꽃잎의 묽은 빨강. 

 

나쁘지 않군. 역시 나보다는 너에게 더 어울리는데.

 

시야를 잠식하는, 그에겐 익숙하지 않은 채도를 가진 적색 사이로 상대의 미소가 눈에 들어왔다. 키드는 눈살을 찌푸렸고 로는 웃음기를 지우지 않은 채로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최소한의 거리마저도 좁혀왔다.  두 남자의 심장 사이에 자리한 것은 이제 가시를 잘라내지 않은 꽃들뿐이었고, 키드의 팔 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바닥으로 추락한 장미가 로의 발 아래에서 짓밟혔다. 검은 문자가 단정하게 새겨진 손가락이 꽃잎 사이를 뚫고 들어와 깊게 흉터가 남은 자리 위를 잠시 헤메다가 천천히 위로 올라왔다. 바른지 꽤 되었는지 경계선이 흐려진 검붉은 립스틱 위로 머무는 손가락의 마디에 새겨진 문자는 D. E는 날카로운 턱의 바로 아래에, 나머지는 그 밑을 지탱한 채로.


- Kid/Law, rosetted scarlet





March


택트. 그의 입술이 움직인 것은 남자의 몸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지 정확히 7분 후의 일이었다. 모래시계를 뒤집듯 아래로 쏟아지는 물줄기 사이에서 로는 원하던 것을 어렵지 않게 찾아냈고 그의 손가락이 몇 번 움직이는 것만으로 건장한 남자의 몸은 먼지처럼 가볍게 갑판 위로 떨어져내렸다. 바닷물을 잔뜩 머금고 축 쳐진 붉은 머리카락이 흉터가 짙은 흰 얼굴에 엉겨붙은 모양새는 마치 상처가 터진 것처럼 보이는 데가 있었다. 로는 걸음을 옮겨 시체처럼 누운 남자의 곁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손을 뻗었다. 목의 경동맥에 손끝을 대고 눌렀을 때 느껴지는 맥박이 희미했다. 피가 흐르지 않는 것처럼 새하얀 피부가 시야를 어지럽히고 있었다. 고개를 숙이려던 로는 방해가 된다는 것을 깨닫고 모자를 벗어 물에서 건져낸 남자로부터 스며나오는 물이 닿지 앟는 범위에 놓아둔 후 다시 몸을 돌렸다. 한 손은 선이 곧은 턱 아래, 다른 한 손은 언젠가 부러뜨려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높은 콧날의 위에 얹은 채로 로는 키드의 얼굴 쪽으로 몸을 깊게 숙였다. 

 

바닷물에 젖은 남자의 입술에서는 해적이라면 진저리날 정도로 익숙해져 있을 수밖에 없는 소금기가 끈적하게 묻어 있었다. 숨을 불어넣고 가슴께를 눌러 호흡을 이어놓는 것을 몇 번 반복하는 동안 키드의 입술에 제멋대로 칠해져 있던 검붉은 립스틱의 흔적이 여러번 짓뭉개지며 희미해졌을 때 쯤에야 로는 다시 키드의 목에 손을 짚었고, 맥박이 돌아온 것을 확인하자마자 몸을 일으켰다. 정신을 차린 남자가 쿨럭대는 소리를 무시한 채로 무의식적으로 훑은 스스로의 아랫입술에서는 싸구려 화장품의 맛이 묻어 짠맛에 질려버린 혀 끝에서 기묘하게 섞였다. 로는 인상을 찌푸린 채로 손등으로 그의 입술을 짓누르듯 닦아냈고, 창백한 손등에 새겨진 검은 문신 위에 마른 핏자국보다 진한 색조의 루즈가 묻어나왔다. 


- Kid+Law, drain you





April


내게 증명해봐. 그보다 넓은 몸 위에 올라타 남자를 제 손가락들의 예민한 끝으로 짓뭉개며 트라팔가 로가 건넸던 말은 그런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굳이 정사 후의 맨 몸에 등 위에 흰 코트를 걸친 채로 남자의 입술 사이에 물려 있던 시가를 제 능력으로 채 가는 것처럼 질적으로 저렴하기 그지없는 류의 도발이다. 길고 가늘게 뻗은 직선들이 가득한 몸 안을 채운 것들을 긁어내지 않은 채로 걸터앉은 소파에 점점이 묻어있는 자국들이 여전히 식지 않은 채였다. 지우기가 어렵겠지. 다른 모든 행동들이 그렇듯 그런 행위 하나하나들이 다분히 의도적인 것이다. 스모커보다 몇 살이나 어린 남자는 저보다 조금 어린 스모커의 부관을 놀리는 데에 요즘 재미가 들려 있었다. 타시기가 스모커의 집무실에 찾아올 때마다 앉곤 하는 자리였던 것이다.

 

애초에 해군이라는 자리가 어울리지 않는 남자였다. 온 몸에 새겨진 검은 문양들도, 귀에 장식으로 박힌 것치곤 시선을 잡아끄는 금빛의 피어싱들도, 손가락의 마디 관절 위에 새겨진 글자들이 만들어내는 단어의 뜻도, 무엇보다도 그 입매 끝에 매달린 속을 읽기 힘든 미소가 그랬다. 양들 사이에 숨어든 늑대처럼 언젠가 너희들을 잡아먹고야 말겠다는 그런 위험한 시선이 스모커에게만은 보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트라팔가 로가 그 능숙한 연기를 스모커 앞에서만 의도적으로 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아니면 오히려 그마저도 그를 안에서 잡아 흔들기 위한 가면의 한 종류일지도 모른다. 시야를 가리는 흰 연기보다도 더 읽기 힘든 속내를 가진 남자였다. 


- Smoker/Law, menace





May


앉아 있던 곳은 개울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었던 탓에 펭귄은 그 광경을 연극이라도 보는 기분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로는 손가락 두 개를 물 안에 집어넣었다가 바짓단을 한번 더 접었다. 정오의 햇빛 아래로 복사뼈가 완전히 드러났다. 펭귄의 위치에서는 깊게 파인 아킬레스건이 정면으로 보였다. 남자는 자신도 모르게 그의 시야를 반쯤 가린 모자를 조금 위로 올렸다. 그늘이 사라지자 태양빛이 좀 더 따갑게 그의 눈을 찔러들어왔다. 원체도 다른 흉포한 해적들에 비해 선이 가는 몸이지만, 트라팔가 로의 발목은 그 부분을 구성하는 뼈와 근육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얇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적인 연약함은 부재해 있는 채로, 몇 번 날카롭게 깎아낸 듯한 선들이 팽팽히 당겨진 모양새가 그와 남자 사이의 거리를 무시하는 것처럼 선명하게 시야에 찍혔다.


펭귄은 슬로우 모션 비디오라도 보는 것처럼 로의 두 발목이 얕은 물 아래로 잠기는 것을 보았다. 물은 정확히 로가 드러낸 부분의 바로 아래까지로 흘렀다. 걸음을 옮기며 튀긴 물방울들이 검은 무늬가 찍힌 연청의 데님 위에 짙은 자국 몇 개를 새겼다. 허리를 굽혀 그의 발목 아래로 흐르는 물 밑을 보던 로는 조금 후에 손을 뻗어 바닥에서 무언가를 집어들었다. 물방울이 맺혀 매끄럽게 빛나는 금속 조각은 로의 귓가에 매달려 있어야 하는 바로 그것이었다. 로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선 채로 그가 찾아낸 것을 그의 귀에 채웠다. 두 개인 오른쪽에 비해 잠시 부족했던 무게감을 되찾은 로는 아까보다 조금 느린 걸음으로 물에서 걸어나왔다. 그의 맨발이 닿은 곳에 젖은 자국이 흔적처럼 남았다. 로는 베포가 그의 쪽으로 향하게 정리해 둔 그의 구두를 집어들었다. 펭귄은 그 때까지도 여전히 물 아래에 잠겨 있던 로의 발목을 생각하고 있었다. 태양 아래에서 반사된 수면이, 칼날처럼 그의 선장이 가진 선을 수평으로 갈라놓았던 순간의.


- Penguin/Law, umknicken





June


갑작스러운 냉기에 움츠러든 몸이 상대에겐 즐거움을 더해준 모양이었다. 아, 좋네 좋아. 물에 젖은 부분끼리 부딪히는 질척대는 소리가 귓가를 자극했다. 달아오른 피부 위로 떨어지는 차가운 물과 몸 안쪽을 상처입히는 상대의 움직임이 남기는 열기가 상반되는 감각이 현실감을 부유시키고 있었다. 입술 사이로 누르지 못하고 새어나온 울음 같은 신음이 물소리에 묻혀 흐려진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인 일이었다. 상대의 손은 여전히 베르톨트의 무릎 뒤쪽을 잡고 있었다. 온 몸이 삐걱대는 듯한 착각, 열린 틈 사이로 희뿌옇게 흐려지는 시선, 기시감에 더해지는 기시감. 알고 있는 감각이었다. 알지 못하는 감각이었다. 남자의 어깨를 잡고 있던 베르톨트의 떨리는 손가락이 움직여 남자의 머리 뒤를 지나 목덜미를 잡았다. 손톱을 세워 뒤를 누르자 남자는 킬킬 웃었다. 뭐야. 거인이라도 잡게? 물소리가 섞여든 목소리는 원래의 색을 잃고, 마치 베르톨트 후버에게 익숙한 저음처럼 포장되어 있었다.

 

날 잡아먹고 있는 건 너잖아.

 

베르톨트는 남자의 말이 꽤 그럴듯하다고 생각했다. 다시 한번 입술이 겹쳤다. 


- ?/Bertolt, 어떤 실험





July


더러운 것이 너무 많아.

 

리바이의 말에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베르톨트의 시선은 아래로 내려가 있었다. 리바이는 그가 바라보고 있는 것이 자신의 부츠 끝에 점점이 묻어있는 검붉은 자국들이라는 것을 금방 알아차렸다. 거인의 것만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는 것이었다. 오늘 밟은 피웅덩이는 모두 몇 개였지? 그런 것을 세는 것도 이미 오래 전에 그만둔 것이다. 거인의 입을 찢어냈을 때 그의 위로 쏟아지던 붉은 액체의 온도는 인간의 것보다 훨씬 높았지만 냄새만은 익숙한 금속의 것으로. 이미 구분지어지지 않는 더러움이었다. 그렇게나 쉽게 더러워지는 것들이었다. 리바이는 눈살을 찌푸렸다. 

 

베르톨트 후버는 손을 뻗어 리바이의 발목을 잡았다. 그의 큰 손 안에 리바이의 가는 발목은 쉽게 완전히 잡혀들었다. 긴 상체가 숙여진다. 얇은 입술이 벌어진다. 검은 부츠에 스며든 흔적 위에 닿는 온도는 리바이에게는 전해지지 않는 것이다. 발끝부터 천천히 올라간 혀 끝은 복사뼈 부근의 길게 남은 핏자국에 조금 오래 머물렀다. 리바이는 베르톨트가 마음대로 그의 신발에 남은 더러운 흔적들을 청소하도록 내버려두었다. 아니, 아니지. 청소가 아니잖아. 어느 쪽이 더 더러운가를 따지는 것도 의미가 없는 일이었다. 


- Levi/Bertolt, my dear Alice





August


베르톨트는 고개를 들었다. 뜨거운 한낮의 햇볕은 무성한 나뭇잎 사이로도 거침없이 파고들어와 어린 눈을 찔렀다. 날카로운 백색광. 눈이 시릴 정도로 아픈 빛. 조금 눈을 가늘게 뜨자 깜박이고 있던 것을 잊고 있던 메마른 눈가가 찡그려지며 오히려 욱신거림을 더했다. 


그가 아직 느끼지 못한 죄의 무게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은 그의 불안을 심화시키는 것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벗어날 수가 없었다. 해명하는 법은 한번도 명확히 규명된 적이 없었던 탓이다. 그렇기 때문에 라이너 브라운의 말은 위안이었다. 그보다 한 살 많은 소년의 말은 신뢰보다는 본능적으로 기대고 싶도록 만드는 것으로, 아직 베르톨트 후버는 그 자신의 무게가 라이너 브라운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직은 그럴 필요가 없다는 말이 더 정확할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라이너 브라운과의 대화는 그의 해결되지 못했던 불명확한 불안들을 해소시키기 때문에 그를 도망칠 수 없게 하는 것이었다. 그의 능력이 어떤 것인지가 확연해진 후, 그의 임무가 명확해졌던 것처럼. 피할 수 없는 화살이 주는 고통을 알고 있었고, 베르톨트 후버는 항상 그것을 견뎌낼 자신이 없었다. 라이너는 괜찮은걸까? 그 역시 베르톨트가 갖고 있는 의문들 중의 하나였다. 그와 같은 임무를 갖게 된 소년.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한번도 그의 앞에서 불안해하거나 물러서는 기색을 보여준 적이 없었던, 기꺼이 제게 주어진 전사의 의무를 받아들였던 남자아이. 흔들림 없이 앞을 응시하는 금빛의 눈동자.


- Reiner+Bertolt, Persona Non Grata (1)





September


상처마다 피어오르는 증기. 아마 사용하는 이들도 그 정체를 알 수 없을 화학물질들. 약품. 액체. 다양한 색. 비강을 찔러드는 끔찍한 냄새는 그 자신의 몸으로부터 기원하고 있었다. 허리를 타고 흘러내린 정체 모를 것들은 아직 회복이 시작되지 않은 상처 안으로 반은 파고들어 사라졌고, 남은 반은 붉은 색이 되었다. 척추부터 느릿하게 기어올라오는 저릿한 통각에 뇌는 이미 정상적으로 반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감각이 다른 것으로 바뀌어 해석되고 있는 것처럼. 그의 몸은 언제나 아픔에 취약했다. 고통을 느끼지 않기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비참해질 수 있었다. 


그들은 비명을 듣지 못하도록 귀를 틀어막고, 냄새를 맡지 못하도록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마치 시체를 치울 때처럼. 베르톨트 후버의 몸에서 살아 있는 부분과 죽은 부분을 구분해내는 것은 이제 어렵게 되어 있었다. 죽은 자리에서 새 살이 돋는 것과 상처를 메우는 것은 구분되어야 했고, 그 경계는 오래 전에 무너졌다. 혹은 얼마 되지 않은 것일 수도 있었다. 왜냐하면 그의 정신이 형체 없이 일그러지는 것보다 먼저 시야가 부서졌기 때문이었다. 새 눈이 자라나기도 전에 몇 번이고 다양한 방법으로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에서 또 똑같은 눈동자가 자라날 수 있다는 것은 꽤나 흥미를 자극하는 일이었던 모양이었다. 발생학적으로 이게 가능해? 자라다 만 한쪽 눈으로 본 한지 조에의 얼굴은 뒤집혀 있었다. 그녀는 거인에게 그녀가 붙이고 싶던 이름을 붙이지 못한 것을 조금 아쉬워했었다. -한 번만 더 해 보자. 괜찮지, 베르톨트? 파르르 떨리는 동공이 이제 겨우 다 자라난 참이었다. 찢긴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새로운 자극이 찾아들었다. 갈라진 목에서는 이젠 비명조차 나오지 않는다. 


- Reiner+Bertolt, Persona Non Grata (2)





October


산소를 공급받지 못한 지 5분이 되면 뇌는 죽기 시작한다고 한다. 그들의 입맞춤은 단 한 번도 그렇게까지 길어졌던 적은 없었다. 하지만 가끔은 생각을 해 볼 수도 있다. 우리라면 어떨까? 그의 숨을 5분 넘게 빼앗는다면 어떨까? 그런 생각을 멍하니 떠올리며 베르톨트는 그의 입 안으로 파고든 라이너 브라운의 모든 것들을 먹어치웠다. 엉킨 혀 사이로 섞이는 타액, 고른 치열을 훑어내린 후 닿는 입 안쪽의 약한 점막, 틈 없이 맞물린 입술 사이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그의 것이 되는 상대의 숨결. 


라이너 브라운은 키스할 때는 눈을 뜨지 않는다. 베르톨트 후버는 나른한 모양새로 그의 눈을 가늘게 뜨고, 초점이 맞지 않을만치 가까워진 상대의 얼굴을 본다. 짙고 긴 금빛의 속눈썹이 흰 피부 위로 내려깔린 모습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멎을 것처럼 욱신거렸다. 베르톨트 후버의 감각점은 언제나 그 역치가 약하고, 아름다운 것을 보고 고양되는 감각이 서로 겹친 입술이 자극받는 예민함 사이로 깊게 스며든다. 대신, 쉽게 피로해지지 않는다. 녹을 것처럼 자극당하는 것이다. 


- Reiner/Bertolt, can't get enough





November


드레이크의 일자로 굳게 다물린 입가에 한참이나 머무르던 시선이 조금 더 위로 향했다. 시선이 마주친다. 회색 동공이 한껏 오므라든 금빛 눈동자가 인공적인 푸른빛과 뒤섞였다. 바다도, 하늘도, 보석도 아닌 그 기묘한 파랑은 처음 보았을 때와 같이, 변하지 않는 것이다. 로는 한쪽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웃었다. 희미해진 추억을 상기시키는 치기어린 미소에 드레이크는 그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무표정으로 응수했다. 아무 것도 변하지 않은 것처럼. 그와 남자 사이의 어떤 감정도, 이름붙여진 적 없었던 관계도 여전히 2년 전의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그렇지 않다는 것도, 그럴 수 없다는 것도 사실은 서로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예를 들면 제 자유를 구속하는 것을 참지 못하고, 명령이라는 단어에조차 경기를 일으킬 것 같았던 남자가 현재 어떤 것에 얽매여 있는가를 생각해본다면,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어떻게 제 스스로 온 몸에 사슬처럼 감았는가를 본다면 현실이 그 발치에 존재하는 이상 과거는 재미없는 희극으로 치부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발악조차도 사실은 오래 전의 복수와 누군가를 파멸시키고, 몰락시키고자 하는 비근한 욕망으로 귀결된다면 어떨까. 

 

그렇다면 디에스 드레이크는 트라팔가 로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Drake/Law, waiting for the last sup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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